한여름 소나기가 내리치는 밤 습하고 더운 날씨에 온몸을 끈적였고, 기분은 몹시도 불쾌했다. 땀방울을 흘러내리고 집까지 남은 길은 멀게만 느껴졌다. 가로등 아래 날벌레들이 윙윙 날아다니면서 내 앞으로 시야를 헤치고 그 덕분에 기분은 더욱 나빠졌다. 손을 휘적이며 벌레들을 쫒았지만 잠시일뿐 다시 앞으로 와 시야를 방해하고 귀 옆에서 윙윙 에라 모르겠다 하고 집으로 향하는 길로 뛰기 시작했다. 벌레 때문에 꼭 감은 두 눈을 번쩍 뜨니 하얀 옷이 바로 앞에 있었고, 나는 그대로 그 햐얀 옷을 입은 사람과 부딪혔다. 둘다 뒤로 나뒹굴어졌고 까슬한 바닥에 손바닥을 긁히고 팔꿈치가 까져 피가 나기 시작했다. 그 사람은 일어나 옷을 툭툭 털고 나에게로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괜찮냐는 그 사람의 질문에 괜찮다고 답한 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