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2

BEE

열심히 날아다니다 앉은 꽃한송이 위 먹음직스러운 꽃가루와 꿀이 가득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막상 도착하니 이미 없어진 지 오래인 것 같았다. 다시 날개를 펴고 날아서 옆자리로 옮겨도 이곳도, 저곳도 내가 가져갈 것은 없었다. 텅비어버린 꿀바구니. 조금이나마 남아있는 꿀을 싹싹 긁어모아 한방울을 만들고, 그제서야 집으로 향했다. 집에 가니 배고프다 보채는 동생들과 어디갔다 이제 왔냐며 다그치는 아버지, 그리고 꿀을 왜 이것밖에 못얻었냐며 실망하는 어머니가 나를 반겨주었다. 녹초가 된 몸으로 방에 들어서니 어리디 어린 동생들이 방의 물건을 모조리 망쳐놓았고, 그 일에 화가 났지만 체력을 회복시키는 것이 우선인 나는 침대에 그냥 쓰러져버렸다. 다음 날 해가 뜨고, 아침 일찍 나섰지만 어제와 마찬가지로 주변 꽃들의..

끄적이는 소설 2021.08.23

너를 보았다

한여름 소나기가 내리치는 밤 습하고 더운 날씨에 온몸을 끈적였고, 기분은 몹시도 불쾌했다. 땀방울을 흘러내리고 집까지 남은 길은 멀게만 느껴졌다. 가로등 아래 날벌레들이 윙윙 날아다니면서 내 앞으로 시야를 헤치고 그 덕분에 기분은 더욱 나빠졌다. 손을 휘적이며 벌레들을 쫒았지만 잠시일뿐 다시 앞으로 와 시야를 방해하고 귀 옆에서 윙윙 에라 모르겠다 하고 집으로 향하는 길로 뛰기 시작했다. 벌레 때문에 꼭 감은 두 눈을 번쩍 뜨니 하얀 옷이 바로 앞에 있었고, 나는 그대로 그 햐얀 옷을 입은 사람과 부딪혔다. 둘다 뒤로 나뒹굴어졌고 까슬한 바닥에 손바닥을 긁히고 팔꿈치가 까져 피가 나기 시작했다. 그 사람은 일어나 옷을 툭툭 털고 나에게로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괜찮냐는 그 사람의 질문에 괜찮다고 답한 뒤..

끄적이는 소설 2021.08.18